호르무즈 봉쇄와 비료 쇼크: 진짜 충격은 1년 뒤 식탁에 온다
올해는 괜찮다. 문제는 내년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됐다는 뉴스를 들으면 다들 당장의 기름값부터 걱정한다. 그런데 농업과 식량을 들여다본 사람들이 진짜로 긴장하기 시작한 시점은 따로 있다. 정확히 1년 뒤, 2027년 봄의 마트 진열대다. 다들 유가만 보고 있다 지금 헤드라인은 거의 다 유가다. WTI 95달러 돌파, 브렌트 105달러 돌파. 그런데 같은 시기 더 가파르게 오른 게 하나 있다. 비료다. 세계은행 비료가격지수는 2월 145.0에서 3월 183.0으로 한 달 만에 38포인트 뛰었다. 26% 상승이다. 그 안의 요소 가격은 더 가파르다. 톤당 427달러에서 725.6달러로 70% 폭등했다. CNBC는 이집트산 과립형 요소 기준 최대 75%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 유가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치다. 그런데 뉴스 1면을 차지하는 건 여전히 유가뿐이다. 왜일까. 유가는 내일 주유소 가격에 바로 비치지만, 비료는 1년 뒤 마트 가격에 비치기 때문이다. 충격이 즉시 보이지 않는다고 작은 게 아니다. 늦게 도착하는 충격이 보통 더 크다. 왜 비료가 호르무즈의 인질인가 호르무즈가 막혔는데 왜 비료가 문제가 되나. 답은 중동의 천연가스에 있다. 질소비료의 핵심인 요소는 천연가스에서 시작한다. 가스에서 수소를 뽑아 암모니아를 만들고, 그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합쳐 요소가 된다. 카타르·사우디·UAE 같은 걸프 국가들은 그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동시에, 그 가스로 만든 요소와 암모니아의 주요 수출국이다. 수치로 보자. 전 세계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그중 요소만 따지면 비중이 더 크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비료인 요소의 약 절반이 걸프 지역에서 호르무즈를 거쳐 수출된다. 카타르의 비료회사 QAFCO 한 곳이 단독으로 세계 요소의 14%를 공급한다. 게다가 봉쇄는 가스 공급망까지 끊었다. 3월 초 이란 공격으로 카타르 LNG 시설이 타격을 입자, 카타르에너지가 가스 생산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인도는 자국 요소 공장 세 곳의 가동을 줄였고, 방글라데시는 비료 공장 다섯 곳 중 네 곳을 멈춰 세웠다. 천연가스가 멈추면 비료 공장이 멈추고, 비료 공장이 멈추면 농사가 멈춘다. 이 사슬은 호르무즈 봉쇄 한 달 만에 이미 작동하기 시작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나인티원의 데이비드 헤일 매니저는 이렇게 표현했다.
"칼륨이나 인산비료는 한 시즌 안 줘도 큰 지장이 없지만, 질소비료는 절대 거를 수 없다. 질소 투입량과 수확량 사이엔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
석유는 대체재가 있다. 질소비료는 사실상 없다. 1년 늦은 도미노 이제 왜 충격이 1년 뒤에 나타나는지 보자. 비료는 농사 일정을 따라간다. 봄에 뿌리고 가을에 거둔다. 2026년 봄에 심은 작물은 이미 비료가 들어간 뒤다. 그래서 올해 가을 추수는 큰 흔들림 없이 진행된다. 영국의 농업 전문가 폴 프레스턴은 "2026년 작황은 이미 대부분의 비료가 사용된 뒤라 즉각적인 피해는 피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그 다음 문장이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금 농가들은 다음 시즌 비료 구매를 미루고 있다. 가격이 너무 올라서, 좀 떨어지길 기다린다. 프레스턴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농부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비싼 가격에 사거나, 비료 양을 줄이거나. 어느 쪽이든 2027년 작황은 줄어든다. 문제는 이게 한 나라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도는 비료의 4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브라질은 비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미국에서도 54개 농업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종기에 비료 가격이 치솟아 미국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시장조사기관 CRU의 크리스 로슨 부사장은 "현재 세계 시장에서 비료 수출 가능 물량의 약 30%가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보다 이번이 훨씬 크다."
그때는 한 나라의 사고였지만, 이번엔 중동 전체 수송로가 한꺼번에 막혔기 때문이다. 이 말의 의미는 단순하다. 2027년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지금 선물시장이 가정하고 있는 수준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전 세계 곡물 생산이 줄면, 가장 먼저 줄어드는 게 수출 물량이다. 자기 나라 먼저 먹이고 남는 걸 판다. 이게 한국 같은 수입국에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다음 챕터에서 본다. 한국이 두 번 맞는 이유 여기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를 보자. "7월까지는 비료 공급에 문제없다." 보유 요소 4만 8000톤에 완제품 재고 3만 1000톤이 있으니 그렇다. 그러면 한국은 비교적 안전한 걸까.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 사태에서 두 번 맞는 구조다. 첫 번째 타격은 직접타다. 작년 한국은 비료용 요소 약 35만 톤을 수입했는데, 그중 43.7%가 중동산이었다. 카타르 6만 8200톤, 사우디 5만 톤, 오만 1만 8500톤, UAE 1만 6000톤. 2021년 중국발 요소수 대란 이후 수입처를 다변화한 결과가, 하필 중동 집중이었다는 역설이다. 7월 이후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하면 국산 농산물 원가가 천천히 오른다. 두 번째 타격이 더 무섭다. 우회타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약 20% 수준이다. 빵·라면·식용유·사료, 그리고 그 사료를 먹고 자란 고기까지, 일상 식탁의 대부분이 수입 곡물에 기대고 있다. 그러니까 한국 가정에 진짜 위협은 한국 농가의 비료 부족이 아니라, 미국·브라질·인도 농가가 비료를 못 써서 곡물 수출이 줄어드는 쪽이다. 모닝스타의 케네스 라포자 분석가는 이렇게 정리했다.
"전 세계 구매자들이 같은 비료를 놓고 경쟁한다."
미국 농부가 4월에 토양에 넣지 않은 비료가, 1년 뒤 서울의 빵값으로 올라온다는 얘기다. 뉴스1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3주만 이어져도 한국 제조업 비용은 5.4% 상승하고, 장기화되면 11.8%까지 뛴다고 한다. 이 수치엔 농산물·식품 가격의 후행 효과는 아직 안 들어가 있다. 한국의 곡물 의존도를 감안하면, 이 우회타가 결국 가장 큰 채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지금부터 가계 차원에서 챙겨볼 신호는 세 가지다. 단기 — 비료가격지수 세계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지수로, 145에서 183까지 한 달 만에 뛴 그 숫자다. 이게 6월 이후에도 우상향한다면 우려는 시나리오에서 현실로 넘어간다. 그리고 7월 즈음의 한국 비료 재고 소진 시점. 농림축산식품부의 여름 발표가 다음 체크포인트다. 중기 — 시카고상품거래소 곡물 선물 옥수수·밀·대두 선물이 2027년 파종 시즌의 비료 사용량을 미리 반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도·브라질·미국의 파종 면적과 비료 사용량 발표. 이 세 나라의 다음 1년 결정이 사실상 세계 곡물 가격을 정한다. 장기 — 시야 자체를 바꾸기 헤드라인은 유가에 끌리지만, 한국 마트 물가의 1년 후 신호는 비료가격지수에 더 정직하게 담겨 있다. 유가는 출근 비용을 결정한다. 비료값은 1년 뒤 저녁 식탁을 결정한다. 둘 다 보는 게 정상이다. 이 글은 투자 조언이 아니다. 다만 같은 뉴스를 다른 각도로 보는 습관 하나가, 한 가정의 1년 뒤 준비를 바꿀 수는 있다. 비료는 보이지 않는 식량이다 식탁에는 한 번도 오르지 않지만, 식탁 위 모든 것의 가격을 조용히 결정하는 게 비료다. 원유가 막히면 차가 멈춘다. 비료가 막히면 식탁이 비어간다. 그것도 1년 늦게, 사람들이 다 잊을 만할 때. 지금 호르무즈에서 멈춰 선 배 한 척의 무게를 아는 사람은, 내년 봄 마트 진열대 앞에서 덜 당황한다. 그게 이 긴 이야기를 굳이 따라간 이유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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